| 漾碧亭講案序
昇州之北廣川之滸有漾碧亭此乃吾從先祖三灘先生見乙巳禍機色擧筮遯潜光晦彩而與金河西白玉峰兩先生聲氣相求於斯或挑燈而論肝膽或觴咏而暢幽欝石面三賢船遊錄及鄭松江趙重峰宋淵齋鄭三芝金砥齋諸先生追後踏遊班班有跡矣少焉人去山空亭不過鐵罏歩者數百年于玆矣年前裔孫滄菴灘雲竹圃三君子慨然發議蕫力重建棟宇軒檻奂然復新而設契春秋齊會講先生之義慕先生之德囂囂自樂於物累之外而不知老之將至脩短隨化俛仰之間歸於陳跡嵬然靈光亭獨存焉嗚呼欷矣於是竹圃翁嗣厚東厚有志承先奮然自誓曰是亭寂寥則先賢徽蹟寓慕無地乃左綢右繆肆設一契以爲春秋妥享講會之資及將來保守之策凡八契者不拘本孫與他人有志慕賢者醵金作契總數百人而是契之一心齊力始終慮善者同宗一燁貞洙也而東勲來請文曰案既成不可無弁卷俾余置辭第念三灘先生乙巳慘禍之元祐完人之才之學足可以範俗垂世而値世不辰未克展所蘊之萬一坎壈而終咳唾影嚮亶在乎是亭矣后承之急急所務者不在乎繼述先生之志節耶韓氏孝謹之衰荀家嗣守之難古今同歎惟願契中諸君食焉而思先生之義烈思焉而行先生之遺法不駭眼惑志於異語亂舌屹屹作狂瀾之砥柱則可無愧於賢祖之后而亦將光前裕後之一道也慕賢設契之意在乎是矣必須顧其名思其義俾此契無至有虛名無實事可也云爾
戊戌 重陽節 玉川 趙敏植 書
양벽정강안서(漾碧亭講案序)
승주의 북쪽 광천의 물가에 있는 양벽정은 우리 종선조 삼탄 선생이 을사사화(乙巳士禍)의 기미를 보고 처음 이곳을 찾아와 빛을 숨기고 김하서 백옥봉 양 선생과 더불어 여기에서 성기(聲氣)를 서로이에서 구하고 혹 등촉을 밝히고 간담을 의론하며 혹 술잔을 기울이고 읊으며 울분을 시원하게 털어놓기도 하였다. 석면 삼현 선유록과 정송강 조중봉 송연재 정삼지 김지재 여러 선생이 차례로 와서 완상한 자취가 완연하더니, 얼마 아니 되어 사람은 가고 산이 비었으며 정자마저 헐어 뜻있는 선비로 하여금 탄식을 금치 못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연전에 후손 창암(滄菴), 탄운(灘雲), 죽포(竹圃) 삼 군자가 개연히 발의하고 힘을 다하여 중건하니 마룻대와 추녀며 난간이 환하게 다시 새롭고 계를 모와 춘추로 모여 선생의 의리를 강하고 선생의 덕을 기리며 속셈 든든하게 띠끌 세상 밖에서 스스로 즐거워하고 늙음이 장차 온 줄 모르더니 길고 짧은 것이 조화에 따라 잠깐 사이에 자취가 묵고, 높이 영광전(靈光殿) 같은 정자만 홀로 섰으니, 슬프고 한심하다. 이에 죽포 옹의 윤자 동후(東厚)가 세업을 이을 뜻이 있어 분연히 스스로 맹서하되 이 정자가 쓸쓸하면 선현의 아름다운 행적을 추모할 땅이 없다 하고 좌우로 주선하여 계를 조직하여서 춘추 향사와 강희할 자본과 장내 보수할 계책을 세우니 무릇 입계한 자는 외에 선현을 추모한 유지가 성금을 출자한 자 수백 인이었다. 이 계를 창설할 때 수고한 자는 일엽(一燁) 정수(貞洙)요 동훈(東勳)이 와서 나에게 서문을 써 달라 하였다. 이제 생각하니 삼탄 선생은 을사참화(乙巳慘禍)의 元祐完人으로 그 재주와 덕이 미칠 것인데 말세를 만나 쌓은 포부의 만(萬)에 일도 펴지 못하고 뜻을 잃고 생을 마쳤으니, 호흡유락(呼吸唯諾)이 다만 이 정자에 있을 따름이다. 후손들은 선생의 지절을 계술하는 데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 씨 효근의 쇠(韓氏孝謹之衰)함과 순가 사수의 어려움(荀家嗣守之難)을 고금이 함께 탄식한 바이니, 오직 원하건대 계중 제군은 먹으면서 선생의 끼친 법을 행하며 눈을 크게 뜨고 다른 말 혀끝에 뜻을 현혹하지 말고 의연(毅然)이 서서 미친 물결에 디딤돌이 된다면 가히 어진 선조의 후손이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요. 또 장차 앞을 빛내고 뒤를 선현을 추모하고 계를 창설한 뜻이 이에 있을 것이다. 반드시 그 이름을 돌아보고 그 뜻을 생각하여 이 계로 하여금 허명무실에 이르지 말게 하기를 바라노라.
玉川 趙敏植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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